언젠가 회복하게 되면 형이 다시 깨어나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나.

그런 루머가 지구 전체에 퍼졌고, 그 덕에 나는 대항마 역할로서 어떻게든 잘 대접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형이 약속을 지킨 것도 같네요.”

“‘너의 실패를 전부 받아주겠다.’라는 약속 말씀입니까?”

“예. 심각하고도 중대한 위협이 바로 옆에 있기에 사람들은 다툼보다는 협력을 선택하고 있으니까요.”

강대국들이 혼란을 틈타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만약 서로 싸우다가 형이 다시 멸망의 칼을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다 같이 죽을 테니까.

마치 형이 모든 원한을 한꺼번에 거둬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 10년만 지나도 공포는 금방 옅어지지 않을까.

대신 특이한 조짐이 보이면 바로 경기를 일으키겠지만.

“폐하께서 아홉 세계에 오시기 전, 선제 폐하께서 팔왕과 함께 하는 작은 연회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습니다.”

“어떤 말이요?”

“‘우린 예전에 사라졌어야 했어.’라고 했지요.”

“……네?”

“피에 절은 존재는 평화의 시대에 발붙일 곳이 없다고 하셨지요.”

한탄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자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스위포인트 이해가 간다.

전쟁의 악몽이 괴롭히는 것도 힘들지만, 사람들이 괴물로 몰아 손가락질하는 것도 힘들 테니.

사실 나도 군대를 전역하고서 제일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매일 돈이 증발하는 걸 바라보며 피가 말리는 고통을 겪었다.

일과시간이 끝난 후 야간 알바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